고급물리학/고전역학

[물리학-고전역학] 45. 물리학 고전읽기: 칸트의 물리적 모나드론(1756) | Monadologia Physica

herald-lab 2023. 12. 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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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anuel Kant, 1724-1804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근대철학사에 빼놓을 수 없는 거목으로 그의 철학기반은 대학 생활 동안 만난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크누첸(Martin Knutzen, 1713-1751)이 빌려준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이하 프린키피아)』에서 출발한다. 칸트는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성찰 및 수학적 증명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이와 가장 부합한 책으로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일생동안 꼽았다.

당시 자연철학은 이름 그대로 '자연적인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었고, 뉴턴을 필두로 한 물리학이 주된 관심사였다. 자연을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과학혁명(scientific revolution)의 여파는 당대 지식인들로 하여금 (1)형이상학의 무용론과 (2)자연을 이해하는 데 최선의 도구로서 기하학을 믿게 하였다.

 

형이상학과 과학혁명

Metaphysics and Scientific Revolution

 

형이상학은 대화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 단어다. 하지만 철학사에 있어 형이상학은 '존재의 본질'에 대한 접근과 탐구를 함 또는 그와 관련한 학문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지각하는 것이 실제 그것의 본질을 나타내는지?" 또는 "진실로 존재하는 것은 무엇일까?"와 같이 (1)어떤 존재와 (2)그것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그 대답을 하고자 한다.

 

 

그림 1. 프린키피아

 

 

16-17세기 유럽 대학의 핵심 과목은 3학과인 법학, 신학, 의학에 추가된 철학이었으며, 당시에는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으로부터 출발한 형이상학이 영향력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자연과학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뉴턴의 프린키피아[그림 1]형이상학적 목적이 없는 기하학으로 자연을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철학에서의 형이상학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낳게 되었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이자 해석기하학의 창시자인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와 뉴턴에 의해 철학의 한 챕터였던 자연과학은 완전히 재정비되었고, 자연을 탐구하기 위한 최선의 도구로서 형이상학 대신 기하학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흐름에 청년이었던 칸트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René Descartes, 1596-1650

 

 

자연을 탐구하는 데 종사한 철학자는 추측에 의해 날조된 것들이 제멋대로 자연과학의 속에 들어가지 않도록, 그리고 중재자인 기하학 없이 헛되이 시도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한다.

Kant, 1756, 『물리적 모나드론』

 

모나드

Monads

 

모나드의 개념

 

그림 2. 모나드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와 이후 피타고라스주의자들은 우주를 무한대로 나누어 더이상 쪼개어지지 않고 남는 최소의 입자 상태를 모나드(monads)라고 가정하였고, 그 기본이 되는 단위를 '단일한 점'으로 보았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 단일한 점이 원자나 쿼크 등 입자물리학에서 입자 형태를 띠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형이상학적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추상적인 관념으로, 그들이 주장하는 모나드는 새로운 추상적 관념인 차원(dimension)을 쌓는 블록[그림 2]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적인 관점에서 단일한 점인 모나드는 1차원이다. 반면 이 점들이 이어져 선을 이룰 때, 그 대상은 2차원이 된다. 마찬가지로 이 선들이 이어지면 3차원이 될 것이다.

운동의 주체

칸트는 뉴턴이 밝힌 물체의 운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법칙들의 '기원'과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결국 운동의 주체인 '물체'의 본성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하학을 이용하여 자연을 탐구한 여러 학자들 역시 물체의 본성으로 여러가지 보편적인 성질을 들었다. 대표적으로 뉴턴은 물체의 본성으로 단단함, 침투불가능성, 운동가능성, 관성의 힘(durities, impenetrabilitas, mobilitas et vis inertiae)(Newton, 프린키피아)을 들었다.

  • 단단함: 물체의 단단한 정도
  • 침투불가능성: 뉴턴이 생각한 물체의 변형 가능정도로 침투불가능성이 높을 수록 강체(solidum)의 성질을 띤다.
  • 운동가능성: 물체가 병진운동을 할 수 있는 정도
  • 관성의 힘: 관성력으로 물체의 관성 정도, 뉴턴은 관성력을 '힘'으로 보았다.

하지만 칸트는 뉴턴과 같은 기하학주의자들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지적했다.

 

기하학을 통해 자연의 법칙을 밝힐 수 있겠지만, 이들로는 이 법칙들의 기원과 원인은 영영 밝힐 수 없다. 자연의 현상만 탐구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제1원인에 대한 심원한 이해로부터 떨어져 있다.

Kant, 1756, 『물리적 모나드론』

 

칸트에 따르면, 지구에 존재하는 바다를 탐구할 때, 기하학주의자들은 해안선을 따르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칸트 자신은 현상에 대한 제1원인을 알기 위해 해안선을 넘어 대양을 항해하고, 필요하다면 심해까지도 들어가야함을 주장한다.

칸트가 생각한 자연과학에서 형이상학적 모나드

 

그림 3

 

칸트가 생각한 운동의 주체에 대한 본성은 [그림 3]과 같이 핀 꽃들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예를 들 수 있다.

  1. 들판에 핀 꽃은 환경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물체로서 그 상호작용은 기하학적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2. 단, 그 상호작용의 설명 자체가 그 상호작용의 기원과 원인은 아니다.
  3. 상호작용의 기원과 원인은 그 상호작용을 하는 물체의 본성에 의한 것이다.
  4. 기하학주의자는 [그림 3]의 꽃에 관한 본성으로 꽃잎의 색깔, 모양, 형태 등을 들 것이다.
  5. 형이상학적 관점에서, [그림 3]의 꽃에 관한 본성은 그 꽃을 피우게 하는 일종의 생명력 또는 매커니즘에 가깝다.

형이상학적인 최소 단위인 모나드가 새로운 추상적 관념 차원을 만들어 냈 듯, 칸트가 떠올린 물리적 모나드는 집합을 이루어 그 물체의 관념적 본성을 잘 설명하고, 나아가 그 물체의 상호작용 기원 및 원인에 대해서도 규명하는 데 도움을 주리라 확신했다.

 

Forces

 

물체의 본성에 대해 칸트는 자신의 저서 『물리적 모나드론』(1756)에서 '힘'이라 대답하고,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물체의 본성은 힘이다. 형이상학적인 관점에서 물체는 자기 공간을 차지하고 일정한 크기를 가지는 것, 뿐만 아니라 일정한 질량과 관성을 지닌 채 상호작용하는 것도 모두 물체 속에 활동하고 있는 힘 때문이다.

 

더 나아가 현대의 퍼텐셜 에너지를 암시하는 대목에서 물리적 모나드들이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 지 규명한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는 겉보기에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실은 팽팽한 힘 겨루기 속 균형 상태이다. 물체의 존재는 밀고 당기는 힘들의 대립 상태이며, 물체의 내면에서 그러한 힘이 발산하는 것이 바로 세계를 이루는 모나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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